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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Zoom In/생각 | 메모

[여행/소풍] 소풍 보물찾기에 대한 아련한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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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은 운동회나 소풍을 가기 전날이면 잠을 설치곤 했습니다.

누구나 그렇지 안으신지요? 봄과 가을에 한번씩 가는 소풍은 그렇게 화려한 지금의 놀이동산 같은 곳도 아닌 나들이 수준인데도 가슴 두근거리는 학기중 이벤트 였음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소풍을 갈때 빠짐없이 준비하는 것도 김밥도시락이였고, 음료와 얼음물도 준비를 하고 갖가지 과자들도 가방에 하나가득 가벼운 발걸음으로 소풍을 떠납니다.

소풍을 가서 또 하나 즐겁게 기분을 업 시켜주는 것이 바로 [보물찾기] 입니다. 상품이름이나 도장이 찍힌 쪽지를 소풍간 주변 곳곳에 선생님들이 감추어 놓고서, 아이들이 이것을 찾고, 선물로 되 돌려 받는 보물찾기, 아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고 가슴 떨리고 흥분되는 이벤트 입니다.

초등학교에서 가르침 중의 하나가 친구들과 나누어 먹거나 서로 도와주는 인성교육을 강조를 합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욕심 저편에서 저를 우울하게 했던, 그리고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경험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난 직 후, 울려퍼지는 호루라기 소리에 아이들이 한곳으로 모이고, 이내 보물찾기 규칙을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이야기 해줍니다. 호각소리와 함께 신나는 보물찾기가 시작이 되었고, 여기 저기 뛰어다니면서 돌도 들어올려보고, 나무잎도 헤짚어 보면서 아이들은 보물찾기 단서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저도 열심히 간절하게 신나는 마음으로 여기 저기 다니던 중에 나무가 쌓여진 곳에 잠시 앉았다가 무심코 들어올려 보니 보물쪽지 하나가 있었죠. 돌아가는 길에 걷어찬 돌맹이 밑에서 보물쪽지 하나를 더 발견하고 이내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종료호각과 함께 다시금 아이들이 집합하였습니다.

헌데, 옆 친구가 보물을 하나도 못 찾은 것입니다. 평소 학교 교육의 가르침이 떠 올라 두 쪽지를 펴 보았습니다. 쪽지에는 역사속 인물의 이름이 적혀 있더군요. 친구에게 하나를 골라 가지라고 하였고, 이내 선생님이 각 역사속 이름을 부르면서 해당 쪽지를 발견한 사람이 선물을 받아 갔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쪽지의 [이순신장군]이름이 불려져 손을 번쩍~! 들고 나가서 선물을 받아왔습니다. 포장을 뜯어보니 비스킷 한상자가 들어 있더군요. 잠시 후 제가 나누어준 쪽지를 들고 있던 아이가 나가 더니 받은 쪽지는 그날의 대상감인 당시 고가의 종합선물세트를 떡~!하니 받아들고 오더군요. 순간, 부러움과 나누어준 후회스러움. 만감이 어린나이에 교차하더군요. 그 친구가 제 옆으로 선물세트를 들고 와서 자랑스럽게 앉으니, 친구들이 쪼르르~ 달려와 구경하면서 어디서 찾았냐고 물어봅니다. 그 친구는 저를 힐끔 보더니 씩~ 웃고, 개울가 근처에서 보물 쪽지를 찾았다고 천연덕 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으쓱해 하더군요.

어린나이에 학교에서 선행을 하고 친구들과 나누어 가지면 착하고 좋은 아이라는 가르침에 충실했던 저에게는 너무나 억울한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지금이야 웃어 넘기겠지만요. 당시 어린나이에 감당하기엔 뇌리에 깊숙히 박히는 슬픈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그 일이 있은 후 제가 준 쪽지로 대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기가 두려웠는지, 아니면 제게 미안했는지는 몰라도 그 친구와는 영영 멀어지게 되었죠. 애석한 현실이였습니다.

결국, 때로는 교과서의 가르침이 상처가 되기도 하는 상황이 일어 날 수 있고, 배운데로 돌아가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이 세상에서 일어 날 수 있었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 경험하게 된 것 같습니다. 선의의 행복한 세상은 나만이 지키고 배푼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켜나갈 때 이루어 지는 전제조건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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