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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Zoom In/생활 | 경제

지하철에서 구입한 미니재봉틀, 사용해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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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적지 않게 잡다한 물건들을 판매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 물건의 종류도 여름이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부채부터 시작해서 건강파스, 추억의 CD집, 건전지, 건강보조허리벨트, 손전등, 양말, 볼펜, 손난로 등등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되어지는 것들을 대상으로 외판을 하고 있는데요.

물론, 이렇게 대중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입니다. 하지만, 자주 만나게 되기도 하며 많은 분들이 저렴해 보이고 필요로 하는 물건이 판매상을 통해서 설명이 되어지면 구입을 하게 됩니다.

일전에 본가에 다녀오던 중에 어김없이 지하철에서 물건을 판매하시는 분이 손수레위의 박스에 물건을 한아름 담아가지고 이동하시면서 큰 목소리로 자랑스럽게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을 향해 설명하는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핸드 미니재봉틀' 이였습니다. 가격도 2천원 이더군요. 스탬플러 같이 생긴것이 판매하시는 분이 직접 천을 들고 와서 스탬플러 찍듯이 이리저리 박으니 실이 꼼꼼하게 이 미니재봉틀이 가는데로 예쁘게 박히더군요. 그 간격도 조절이 되고 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여, 가격도 2천원이면 터무니 없이 착한가격이고 해서 나름 생각에는 한 번만 제대로 사용해도 본전이겠다 싶어서 망설임없이 구입을 하였습니다.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강아지 옷 만들기에 도전을 해볼까 아님 바지 길이를 줄이는데 간단하게 이용을 해볼까 생각하면서  집에 와서 사용을 해 보았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이 바로 그 '핸드 미니 재봉틀' 입니다. 아주 깜찍하고 귀엽게 생겼죠? 마치 스탬플러하고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크기도 중간크기의 스템플러하고 똑같습니다. 작은 종이박스에 담겨져 있고, 안에는 설명서가 들어 있었습니다.


좌측의 주황색 원안에 있는 것이 옆면의 작은 실타래 입니다. 여기서 측면의 실고르개를 지나서 바늘로 실어 연결되면 사용준비가 끝납니다. 사진 가운데의 넙적하게 나온것이 들어올려 박음질 할 천을 넣는 곳이고 그 안에는 톱니같은 것이 있어 손으로 스탬플러 찍듯이 계속해서 찍으면 한쪽방향으로 천을 밀어내면서 박음질이 되는 원리 입니다. 100% 수동 미니 재봉틀이죠.


낡아서 신지 못하는 양말을 시험삼아 박음질을 해 보려고 실을 꿰고 정위치에 고정한 모습입니다. 음, 이때까지는 아주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죠. 천천히 설명서 대로 박음질을 해나가는데 의외로 박음질이 잘되는 모습에 감동 그 자체. 하지만 판단이 너무 이른 것일까요?


위의 사진처럼 엉망으로 박음질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측의 주황색 원안의 모습은 박음질을 하면서 보이는 앞면 모습인데, 나름 잘 되었다 싶어서 시험가동을 끝내고 천을 분리하여 뒤집어 본 순간. 이게 왠일? 뒷면에서는 아주 난리가 아니더군요. 실이 엉키고 끊어지고.

설명서를 제대로 보고 실의 위치와 박음질 등등 지시를 꼼꼼히 따르고 다시 해보기를 십여차례. 역시나 위와 같은 현상으로 제대로 박음질이 되지 않더군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제가 나름 곰곰히 원리를 생각해서 살펴본 결과 천을 눌러주는 쇳대가 작은 힘으로도 쉽게 휘어져 버렸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제위치에서 천을 고정해주고 시작한 들 이내 조금만 힘을 주거나 들어올리면 휘어서 천이 제대로 고정이 되지 않고, 밀려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더군요. 그 외의 안쪽에서 일어나는 이상이야 전문가가 아니니 더 이상의 문제점을 분석하기란 힘이 듭니다.

해서, 겉 포장 박스와 안의 설명서를 찬찬히 아무리 훓어 보아도 A/S와 관련한 내용은 단 한줄도 없더군요. 제품은 중국에서 만들어진 'Made in China' 제품이였습니다. 설령 A/S가 된다고 하더라도 바로 집옆에 아닌 이상에야 대중교통 왕복비 최소한 2000원은 들어가겠군요. 수동 미니 핸드 재봉틀을 2천원에 구입했으니 고치러 가는 것도 수리점이 있다고 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작은 원리와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발상은 좋은 제품인데, 조금만더 정교하게 만들었다면 사랑 받을 제품임에는 틀림없음에도, 부실한 부품과 제대로된 상품의 출처를 확인 할 길이 없어 못내 아쉽습니다. 앞으로 그저 장식장 한 켠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듯 하고, 경제적으로 생각 해 보아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현실에 이내 고개를 숙입니다. 또한, 머리 속에서 그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판매하면 그 뿐이라는 상업적 마인드에서 출발한 교묘한 판매술이라는 생각을 지워 버릴 수 없습니다. 아이디어 상품임에도 그 빛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서 못내 아쉬운, 그러나 그 실태에 다소 실망한 재미있는 경험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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