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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Zoom In/생활 | 경제

[통장/상환] 대출금 모두 갚고 눈물 흘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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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중학교때 새로 사서 들어가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살았고 지금도 어머님이 살고 계신 집에 분양받을 당시 국민주택 분양자금 대출 400만원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어머님께 물려받은 대출통장] 이란 제목으로 몇 달 전에 포스팅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20년을 원금과 이자를 매달 꼬박 꼬박 납입하였습니다.

다시금 생각해 보면 집이라는 울타리에서 대학교 까지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뒤를 봐 주시고, 풍요롭지 않은 가정살림에도 대출금까지 등에 지고 살아오신 어머님을 생각해 보면 마음이 울컥해 집니다. 명절이나 평소 시간 날때 가끔 들리게 되면 추억까지 함께 깃들어 있는 집이 아늑하고 그 어떤 주택보다도 소중하게만 느껴집니다. 낡은 집인데도 말이죠. 어제 마지막 대출금 월납입액을 입금하러 은행에 들렸습니다.

대출금 거래장 국민주택 분양자금 대출통장


위의 사진에서 좌측 이미지가 대출통장 표지 사진이고, 우측이 첫 페이지에 기록되어져 있는 계약내용입니다. 대출기간이 1988년부터 올해까지로 되어 있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말씀 드렸듯이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지신 몇 년전부터 어머님이 제게 납입하라고 물려주신 통장입니다.

오늘로서 그간의 어머님이 여유롭지 않은 살림에도 갚아오시고, 몇년을 제가 이어서 갚아온, 그리고 그 마지막 종지부를 찍고 마지막 상환을 앞두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내는 대출금 상환이라고 하니 타 업무상 늘 상 들리던 은행임에도 마냥 기쁠줄만 알았는데 무엇인지 모를 느낌과 멍함이 함께 공존하더군요.

통장 거래내역
( 마지막 대출금을 갚고 잔액이 0으로 찍힌 대출통장 )

입출금 담당하는 데스크에서 마지막 상환금액인 119,250 원을 내고, 대출금이 모두 완료 상환되었다는 은행원의 말과 함께 해당지점 2층 대출을 담당하는 은행원에게 안내 되었습니다. 대출 담당 데스크에서 대출금 전액 상환이 완료되었음을 확인하고 등기부등본 상의 대출금 근저당 설정을 없애기 위해서 신분증을 제출하였습니다.

해당 정보가 조회되어지고, 근저당 말소비용 4만5천원을 내고 3일 ~ 7일 정도 후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면 해당 근저당 설정이 말소가 되어져 있을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일주일 후에 등기부등본을 인터넷등기소에서 발급받아서 프린트해서 어머님께 선물로 드려야 겠습니다.

대출통장 뒷면 스티커

위의 이미지가 통장 뒷면의 전자정보가 담겨진 스티커를 떼어내고 받은 통장 모습입니다. 근저당 말소비용까지 모두 제출 하고 집게로 이 스티커를 찍~ 떼어내는 모습을 보니 속이 후련해 지더군요. 또한, 어깨도 가벼워 졌습니다. 모든 절차를 마치고 가볍고 기쁜 마음으로 일자리로 돌아온 나.

저녁에 집에 도착해서 어머님께 기쁜마음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이가 드시고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어머니는 잠이 드셨다가 전화벨소리에 깨셔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시더군요.

" 기쁜 소식 하나 있어요. "
" 응? 무슨 소식? "
" 어머니 지금 사시는 집, 쫒겨날 걱정 마시고 계속해서 사세요~ "
" 그게 무슨 말인데? "
" 오늘 대출금 모두 갚고, 이제 근저당 말소되서 경매나 매달 이자나 원금 신경 안 써도 되요. "
" 아이고~ 벌써 그리 되었나? 시간 참 빠르다. 고생 많이 했다. 아들~ "
" 고생은요. 저희 3남매 키우고 근 20년을 갚으신 어머니가 더 고생하셨죠... "
" 대출금 이자 안나가니 어깨도 가볍고, 담달부터 용돈 10만원 더 드릴게요. "
" 안그래도되.. 쓸데도 없는걸..  "


이런 대화가 오가던 도중, 저 보고 고생했다는 어머니의 말에 지난 추석에 집에 들렸다가 많이 쭈글쭈글 해지고 늙으신 어머니의 손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더군요. 다소 약간 부담이 되었지만, 고생이랄 것도 없고 대신에 그 오랜세월을 갚으면서 자식들 키우며 고생하셨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맺혀 조용히 흘러 내렸습니다.

늙고 나약해 지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지만, 애써 티 내지 않으려 더 큰 목소리로 웃으며 대화를 이어 나갔습니다.

" 이 통장 훈장하고도 같은 거에요. 주말에 들릴때 가져다 드릴게요.
  잘 보관했다가 나중에 저 주세요. "
" 훈장은 무슨 훈장..... "
" 그거 나중에 자식들에게 물려 주면서 가보로 남길건데요? "
" 아서라.. 뭐 좋은거라고.. 그럼 주말에 보자 아들. "
" 네, 식사 잘 챙겨 드세요. "


막상 다 갚으면 기쁘고 좋은 감정만 있을 줄 알았더니, 그간의 힘겨운 세월 만큼이나 짐이 된 통장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니 눈물이 나오더군요. 거액의 대출을 받으신 분들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그간의 세월의 무게 만큼이나 이리저리 생각해 보니 기쁨과 가슴저림이 교차하는 묘한 기분이 듭니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사시길 바라면서 더욱 열심히 잘해드려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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