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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Zoom In/생활 | 경제

친동생에게 닥친 월급연체, 한숨쉬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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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연합뉴스 기사로 '한국 8년여만에 순채무국 전환' 이라는 제목으로 관련된 내용이 보도 되었습니다. 해당기사에서는 '잃어버린 10년' 으로의 회귀와 관련한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로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어제 MBC 100분토론은 '남북관계, 최악으로 치닫나?' 라는 주제로 여야 및 각 전문가들의 패널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을 벌였는데요. 오늘자 기사에는  남북철도 중단과 개성공단 상주인원의 철수가 시작 되었다는 기사가 보도 되었습니다.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스산하리만큼 좋지 않은 경제상황과 여건들이 연일 뉴스로 다루어지고 보도되어지며, 각종 시사프로그램에서는 그와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문제들이나 예측, 일상 소시민들의 어려움을 반영한 내용들도 간간히 나온 탓일까요? 몇주 전부터 어머님은 연신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어려워서 참으로 걱정이다.' 라는 말을 계속해서 입버릇처럼 달고 한숨을 자주 쉬고 계셨습니다.

친남동생이 어머님과 함께 현재 살고 있고, 저는 따로 분가해서 나온 상황인데, 항상 이렇게 경제가 어렵다는 내용을 접해서 인지 연신 '어떻게 살지'를 걱정하는 어머님께 저는 자식들이 다 컸으니 용돈 드리고 건강만 잘 유지되면 걱정 없으니 안심하셔도 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헌데, 어제 저녁 어머님과의 전화 통화에서 뜻하지 않은 좋지 못한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 어머님 걱정마세요. 저희들 잘 벌고 있으니 경제 좋아질테니 염려마세요. "
" 아니다. 그래도 너무 어렵다. 지난 IMF때 하도 식겁했던지라... "
" 괜찮아요. 동생이나 제가 용돈 많이 드리면 되잖아요. 건강이 우선이에요. 몸관리 잘하시면되요. "
" 아니다. 어려워 너무 어려워. 앞으로 어찌 사노? "
" 에이, 너무 민감하세요. 걱정 붙들어 메시고 건강에만 신경쓰심 되요. "
" 그게 아니라, 잘나가던 니 동생 회사도 월급이 안나오잖아................. "
" 네? 그... 그게 뭔 말씀이세요? "
" 에고고... 내가 말 하지 않으려 했는데, 우짜다가 말이 나왔누... "
" 동생 월급 연체 되었데요? 이런..... 걱정마세요. 저도 있잖아요. "

어머니께서 왜 그리 몇주전부터 어렵다고 말씀하셨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갔습니다. 동생이 다니는 회사는 건축설계회사로 그 분야에서 순위를 다투는 이름만 말하면 다 아는 회사이거든요. 지금까지 월급이나 기타 다른 문제가 되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헌데, 처음으로 지난달 급여가 연체되었던 것이고, 이를 동생이 걱정이 되어서 어머님께 말씀을 드렸나 봅니다.

어머니 입장에서는 당연히 걱정의 먹구름이 온 머릿속을 가득 메울 수 밖에요. 건설회사 일명 솎아내기에 들어간다는 보도도 나왔고, 규모가 큰 알아주는 설계회사라 하더라도 그 한파는 피해갈 수 없었던 탓일까요? 하긴 경기가 이런데, 대금결제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업들은 휘청거리면서 피해나가기 참으로 어렵습니다. 내심 저도 걱정이 되면서도 티를 낼 수 없더군요.

" 걱정마세요. 곧 좋아질거에요. 계속 연체되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통장에 여윳돈 몇백은 바로 융통해 드릴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생활비하고 용돈 좀더 드릴게요. 동생한테는 그냥 아무말 말고 평소처럼 맞춰주기만 하세요. 곧 좋아질 거에요. "

그저 해 드릴말이 이런말 밖에 없더군요. 몇달전에 동생으로 부터 지나가는 자리에 사장과 직접 사원들이 면담을 했었고, 부서내에 암암리에 구조조정과 인원감축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어 불안하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당시는 규모있는 설계회사라서 그려러니 했는데, 막상 월급이 연체된 소식을 접하니 암담하더군요. 매달 들어가는 생활비는 고사하고 보험비와 적금이 어찌될지 걱정입니다. 다음달에는 좋아지길 바래보지만 연일 터져나오는 뉴스들은 반가운 소식 보다는 그렇지 않은 내용들이 더 많으니, 막상 가족중에 위기가 피부로 닥치니 가슴이 조아려 옵니다.

매일같이 야근으로 늦게나 들어오는 동생 입장에서는 얼마나 더 철렁하면서 걱정일런지. 주말에는 어머님 진정좀 시키고 안심시켜드리러 다녀와야겠습니다. 더불어 동생에게 근황과 자세한 내막좀 듣고, 그래도 형으로서 도울수 있는 것이 있는지도 알아볼겸이요. 그래봐야 최악의 국면에 자금지원정도가 전부겠지만요. 튼튼했던 상위그룹군에 속하는 동생회사가 그렇게 될 줄은 저도 생각을 미처 못했습니다. 그 끝이 있을런지, 언제가 바닥일지 모르는 현실 앞에서 그저 걱정과 가슴조아림만이 가슴 한켠을 차지할 뿐입니다.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서 따스하다고 하던데, 몸과 마음이 시베리아 벌판처럼 추워지지 않을까 걱정이 밀려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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