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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Zoom In/생활 | 경제

퇴직금 노후자금 모두 날린 단골 삼겹살집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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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음식들과 관련하여 인기있고 명성이 있는 맛집이 있는가 하면 자신에게 잘 맞아 단골집을 정해두고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도 있습니다.

푸근한 인상과 어머니 같은 정겨운 미소를 간직한 인정 많은 소위 장사꾼같지 않은 면모와 '정'으로 장사를 해 오는 삼겹살 집을 단골로 정해 놓고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거나 지인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면 저는 어김없이 이 아저씨가 운영하는 삼겹살집으로 안내를 하곤 했었는데요.

개인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닌 소위 프랜차이즈 삼겹살집이였습니다. 처음에는. 분명 처음에는 프랜차이즈 삼겹살집이였습니다. 1인분 생삼겹 6천원씩 하던 곳이였습니다. 몇번 모임을 갖은 후부터 주인아저씨와 아주머니와 사적인 이야기도 오가고 어느정도 안면이 틀 무렵이 지난 2005년 처음 발길을 하여 6개월 정도가 지난 2006년 초 무렵이였습니다.

당시에 대로변에서 조금더 들어가면 있는 먹자골목에 50여평정도의 가게였는데, 보증금과 권리금 기타 가맹비 및 프랜차이즈 비용을 모두 포함해서 1억 2천만원이 들어갔다고 들었는데, 그 중에는 퇴직할 때 받은 퇴직금과 노후자금을 모두 털고 조금의 융자를 얻어서 퇴직후에 차린 첫 가게 였습니다.

1년여가 지나고 2006년 말쯤 오픈이 채 1년이 되기 전부터 찾아가보면 손님들이 한두테이블 정도가 고작이였습니다. 주방쪽과 홀에 일하던 아주머니들도 보이지 않은 채 부부가 운영을 하고 계시더군요.


" 이렇게 손님 없어서 어떻게 수익은 남으세요? "
" 남기는 겨우 한달 한달 월세와 생활비 벌고 있는 정도지 뭐.. "
" 에고,, 그럼 권리금이라도 받고 넘기시지 어쩌시려구요? "
" 안그래도 부동산에 가게 삼주전에 내 놓았는데 보러오는 사람이 없어.. "
" 네에, 퇴직금하고 노후자금 모두 들이셨다면서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모아야 할텐데 말이죠. "
" 그러게, 막내아들 대학등록금도 빠듯해. 걱정이야. "
" 단체손님좀 받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
" 안그래도 막내아들이 학교선후배, 동아리 회식을 이리로 데리고 와서 그나마 버티는거야 "
" 네에, 힘내세요. 좋은날 오겠죠 "
" 지금은 가맹비도 안내고 직접 물건 떼다가 팔고 있어, 아내가 고생이지뭐. "
" 네에 많이 힘드신가 봐요. 힘 내세요. "

2006년말 경에 위와 같은 대화들을 잠시 술자리를 피해 어슬렁 거리다가 카운터에 멍하니 있는 아저씨와 나누었었는데요. 이 아저씨 그간 고생이 얼마나 심하셨던지 안그래도 머리가 탈모가 되어 윗머리가 별로 없으셨는데, 머리가 동그랗게 죄다 빠져서 대머리가 되어 있고 머리는 희끗하게 모두 바래있었습니다.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처음 이 삼겹살집에 왔을 일년전의 모습이 매치가 되지 않더군요. 가맹비도 내지 않고 탈퇴해 버리고, 재료도 직접 떼다가 판매하시며 일하는 아주머니들 죄다 그만두고, 삼겹살 가격도 4500원으로 낮추었더군요.

그것을 마지막 기억으로 묻어두고, 직장도 멀어지고 이사도 하여 좀처럼 가기 힘들다가 몇일전에 근처에서 친구들을 만나서 생각이나 들리러 발길을 향했는데, 식당 앞에 도착하여 보니 간판은 그대로 있는데, 안에 집기들은 텅 빈채 쓸쓸한 모습으로 불이 꺼진채 문을 닫아버렸더군요.

이웃가게로 들어가 자리를 펴고 한두잔 걸치다가 주인 아주머니에게 그 삼겹살집 단골이였다고 말씀드리면서 그간의 사정을 물어 보았습니다.

" 저 옆에 XXX삼겹살집 어떻게 된거에요. 오랜만에 와 보니 닫혀있네요. "
" 아 그집, 가게도 안나가고 월세로 보증금 까먹다가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올 초 문 닫았지. "
" 그래요? 그럼 그대로 포기하고 가신거에요? "
" 그럼 어쩌누.. 가게는 안나가지, 손님 없어 그나마 있던 보증금 월세로 까이지.. 아 누가 가게를 넘겨 
  받아야 권리금이라도 받아가는데 가게는 안나가지, 보시다시피 지금도 비워져 있잖아. 경기가 좋지
  않으니 뒷골목까지 누가 들어오겠어. 아마 시골로 내려간다고 했던거 같은데, 그 후로는 잘 몰라.
  어느순간 보니 문닫고 나오질 않아. "
" 네에, 그랬군요. 휴~ 저집 삼겹살 단골이였는데, 아쉽네요. "
" 앞으로 우리집도 좀 종종 이용해줘 "

60이 넘으신 나이 지긋하신 옆가게 할머님으로 부터 들은 전후사정.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월세로 그나마 보증금 대부분 까먹고 나가셨다면 일억이 넘게 노후자금과 퇴직금을 투자해서 장사했던 아저씨는 거의 모든 돈을 그대로 날린 셈입니다. 식당 집기는 문닫으면서 팔면 들일때는 수천만원이 들어도 많이 받아야 몇백만원도 되질 않습니다. 자주 갔었던 단골집이 그렇게 되니 장사도 참 쉬운것이 아닌가 봅니다. 물론 흉흉한 경제도, 처음 차리고 프랜차이즈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어버린 수안없음도 한 몫 했겠죠. 이년전즈음 구청에 업무차 들렸다가 담당 공무원이 우스개소리로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 하루 창업하려고 신고하는 사람이 10명이면, 폐업신고하러 오는 사람이 8명 입니다. "

폐업하러 오는 대부분의 분들이 모두 어렵겠지요? 대기업도 좋지만 영세상인들도 함께 웃으면서 돈걱정 없이 장사하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시골로 내려가신 단골 삼겹살집 사장님. 그곳에서 모든 근심 없애고 즐거운 영농생활 하시고, 다시금 딛고 일어서 성공하시길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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