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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Zoom In/생활 | 경제

가슴 뭉클한 어느 등산객의 20년된 등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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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낙엽이 지기전 곱게 물든 단풍들의 향연을 망끽하고자 산을 찾았을 때의 가슴 뭉클했던 이야기를 담아 볼까 합니다.

가까운 나즈막한 산을 오를 때에는 가벼운 런닝화를 신고서 산책하듯이 산행을 하고 내려와도 별 무리가 없겠지만, 고지가 조금 높아지고 산세가 조금 험악해 지면 필수적으로 등산화를 신어야 안전에 도움이 됩니다. 미끄럼 방지 및 발목등의 부상을 예방할 수 있거든요.

올해의 가을은 비가 적고 물이 말라 곱게 단풍이 들기도 전에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모습으로 예년에 비해서 그렇게 예쁜 단풍을 구경할 수는 없었습니다. 찾았던 북한산도 마찬가지 였는데요. 한참을 자연을 느끼면서 목표했던 산행코스를 따라서 올라가고 있을 무렵. 어느정도 지났을까요? 중반부 정도 올라가 조금더 가서 쉬어야 겠다는 마음으로 일행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걷고 있는데 앞쪽에서 4~50대 아주머니들 여러명에서 한 아주머니를 둘러싸고 소근소근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보통 조금 높다란 산을 등산하다가 보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에는 한두명정도 부상을 당해서 절룩거리며 다쳐 내려오는 모습을 구경하기가 다반사 입니다. 해서 그 광경을 멀리서 목격하였을 때에 문득 들은 생각은 아주머니 한분이 '미끄러져서 부상을 입었나?' 였습니다. 멀리서 보니 아주머니 두분이서 다리를 잡고 압박붕대를 발목정도에 감고 있는 모습도 보였기 때문이였죠.

신발장에서 찾아 본 그나마 낡은 운동화의 밑창

가까이 접근하여 무리의 뒤에서 상황을 파악해 보니 저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압박붕대를 감긴 감았는데, 부상으로 인해서 응급조치를 하고 있었던 것이 전혀 아니였습니다.

" 아고고, 챙피해라. 어째 밑창이 다 훌렁 떨어져 버렸네.... "
" 그럴수 있죠. 가끔 등산화 불량품들 있더라구요. 그나저나 내려갈게 걱정이네요 "
" 압박붕대 더 있는 사람 없나요? 한번만 더 감으면 아쉬운데로 걸을 수 있겠는데요. "
" 근데 신발이 많이 낡아 보이는데. 오래 되었나봐요? "
" 꺄르르르~~, 이거 나 시집오던 해에 장만한건데,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네. "
" 참 오래도 신으셨네요. 이 참에 하나 장만해야겠어요 "
" 아끼면서 신느라고 신었는데, 벌써 20년이 되었구나. 세월 참 빠르다....... "



맞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20년전 시집오던 해에 장만했던 등산화를 여태껏 아껴가면서 신느라고 신어 오시다가, 이번 산행에 낡은 고무밑창 전체가 몸체와 분리가 되었던 해프닝이였는데요. 해서 임시로 내려가는데까지 걸을 수 있도록 압박붕대로 떨어진 밑창과 등산화의 몸체를 신은 상태로 동여메고 있었던 것이였습니다.

수줍은 목소리 속에서도 활짝 웃어가면서 자랑스럽게
20년전 시집오던 해에 장만했다고 말씀하시던 아주머니.


그 모습이 참으로 뭉클하더군요. 가끔 드라마나 혹은 자신들의 어머니를 보면 이와 비슷한 모습들을 많이 볼 수가 있는데요. 자신은 풍족하지 못하게 아끼고 절약하면서 자식들에게는 아낌없이 베푸는 모습. 20년이 지나도록 적어도 일년에 서너번 산행을 하였을 터인데, 그 때마다 신발이 낡을새라 가벼운 총총 걸음으로 신경 썼을 아주머니를 바라보면서 가슴이 조금 메여 오더군요. 온갖 예쁜것과 디자인과 메이커제품과 신제품에 여러 종류의 신발과 유행을 쫒아가기 쉬운 우리 세대들에게 전하는 메세지가 강합니다.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 내일쯤 산행을 갈까 생각하던 터에 떠오른 가슴뭉클한, 전하는 메세지가 강한 경험입니다. 해서 신발장에서 찾아본 그나마 오래되어 낡은 운동화를 꺼내 보았는데, 일년 조금 지난 운동화가 바로 위의 사진입니다. 거의 신지 않고 있는 상태로 구석에서 찾아낸 신발을 보면서 풍요로운 우리세대가 있기까지 그간의 어머니들이 보여준 모습은 '가슴메임'으로 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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