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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Zoom In/생활 | 경제

영세상인 '찐빵' 할머니가 말하는 장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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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이 말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고즈넉한 고향같은 아늑함이 묻어오는 정겨움이 '떠리', '에누리', '덤' 이라는 말들과 함께 푸근함으로 다가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가는 길을 조금만 선회를 하면 집에서 가까운 재래시장이 있는데요. 그곳에는 한결같이 추우나 더우나 큼지막한 맛깔스런 단팥 앙꼬가 듬뿍 들어간 '찐빵'을 팔고 계시는 젊은 할머니 한 분이 계십니다.

항상 지나칠 때마다 상냥하게 말걸고 귀찮을 새라 후다닥 지나치려면 영낙없이 불러 세우고 앞에 시식하라고 듬성듬성 큼직하게 뜯어 놓은 찐빵 한줌을 주면서 어디가냐며 친근하게 말을 걸어 오시는 재래시장의 영세상인 찐빵집 할머니. 좌판에 진열된 찐빵과 큼지막한 찜솥이 이 재래시장 안쪽의 한두평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그것이 생계의 전 재산이자 희망인데요.

어제 저녁 늦은 9시가 넘어갈 무렵, 이사와서 그간에 낯이 익고 친근해져서 일까요? 유독 찐빵을 좋아하는 제가 자주 이용을 해 주어서 그랬을 까요. 대뜸 지나가는 저를 붙들더니 오늘 다 팔지 못할것 같다시며 찐빵 서너개를 봉지에 담아주시는 아주머니. 저야 감사히 잘 먹으면 되지만, 선뜻 받아들기가 미안했던지 난데없이 저도 자연스레 말을 풀며 잠시 동안 수다아닌 수다가 이어졌습니다.

찐빵

그간 수도 없이 말을 걸어오는 그 할머니 덕분에 뻔뻔함도 생겼는지 너스레를 떨며 건네준 찐빵을 하나 꺼내서 출출한 터에 하나 꺼내어 듬뿍 베어 물면서 말을 건넸습니다.

" 여름에 이사 왔을 때보다 시장에 손님이 없는것 같아요. 매상은 여전하시죠? "
" 잘되도 팔고, 안되도 팔고, 배고프면 더주고 돈없으면 외상으로.. 그런거 신경 안쓴데이.. "
" 요즘 반죽은 공장에서 받아다가 호떡이든 찐빵이든 만든다던데. 많이 올랐죠? "
" 야.. 야.. 아서라. 내가 직접 새벽부터 만드는 100% 수제로 만든 찐빵인기라. "
" 네? 아 그래서 맛이 더 있었나봐요. 입맛에 잘 맞더라구요. "
" 고럼 고럼. 다 노하우가 있는기라. 반죽부터 앙꼬까지. "
" 자제분들은 다 결혼 하셨겠어요? "
" 그렇제. 다 결혼해서 한놈은 학교선생이고, 하나는 대기업 다니고. 걱정없다. "
" 다행이네요. 이제 손주만 보시는 낙으로 살면 되실텐데 장사 힘들지 않으세요? "
" 이거. 파하하하~~ (할머니 웃음이 크고 호탕합니다) "
" 이게 보기엔 우스워도 '장인정신' 없으면 못하는 기라 하무, 하무,,"
" 풋~, 맛있게 열정가지고 자부심으로 장사하면 그게 장인정신 아닌가요? "
" 떼끼~ 우습게 보지 마래이. 그것은 기본이고 그저 시장에서는 함께 해야 된데이.. "
" 함께라뇨? "
" 돈을 떠나서 함께 웃고 울고, 서민들과 함께 정을 나눠야 그게 장인정신인기라. "
" 아,,,,,,,, "



경기가 좋든 말든 상관없이 '서민들과 정을 나눈다' 라는 것이 바로 '장인정신' 이라고 하는 이 할머니 말에 순간 찐방을 먹던 저의 입을 멈추고 깊은 생각이 뇌리에 스쳤습니다. 고향같은 푸근함. 그 속에서 힘들거나 돈벌이가 된다거나 기타 여러가지 제반상황이나 여건을 떠나서 함께 해야 한다는 이 할머니의 말에 마음이 숙연해 지더군요. 그래서 인가요? 집으로 돌아와 테이블에 내려 놓은 찐빵을 보면서 들은 느낌은 세상의 어느 '보약' 이나 '명약' 보다도 더 좋아 보였습니다.

마냥 입맛에 맞고 좋아하는 터라 자주 애용했던 단순하게만 바라본 재래시장 한켠에 자리잡은 노점상 같은 한두평 남짓한 찐빵집. 그리고 [서민들과 함께 정을 나눠야 그게 장인정신인기라] 라고 당당하게 호통 치시며 말씀하시는 그 할머니를 보면서 단순한 저의 생각을 자책하면서 깊은 반성과 함께 건강하게 오래도록 그 찐빵을 맛 볼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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