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나를 눈물나게 만든 어머니와 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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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나를 눈물나게 만든 어머니와 삼계탕

글 카테고리  :   세상살이 Zoom In/음식 | 건강
글쓴이  :   줌(Zoom)
관련문의  :   GUEST BOOK 또는 이메일( detailbox@daum.net )
어머니와 고등어라는 가수 김창완의 노래는 대중적으로 아주 잘 알려지고 간간히 드라마에 배경음악으로 잘 쓰이기도 합니다. 이 포스팅에서 우리 어머니에 대한 모성애와 자식사랑에 대한 내용을 조금 적어 보려고 합니다. 어렸을 적 눈치없고 철이 없던 내게는 어머니의 그런 사랑들이 잘 보이지가 않았는데요.

이제 삼십 중반에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몸도 예전만 못하게 외소해지고 수척해진 어머니. 그리고 머리에 이제는 염색이나 코팅을 하지 않으면 허옇게 덮이는 흰머리를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왜 이리 아려 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작년 김장을 담그던 12월 초순 어느날이였을 거에요. 주말에 온가족이 다 모여서 김장을 담그면서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저녁무렵에 모두 마무리 되었을 무렵, 임신중이던 누나는 오지 못했거든요. 그 때 어머니가 다음과 같은 말을 저에게 하여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 나는 있잖니. 니 누나는 정이 안가. 자식이지만 그냥 정이 안가. 어려서부터 시집간 지금까지 그러더라 "
" 네? 저.. 정말요? 에이 설마.. 열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대잖아요. "
" 정말이야. 시집갔으니 너한테만 이야기 하는 거야. 너가 제일 사랑스럽고 정이가. "
" 그래요? .................................... "

가히 저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죠. 속으로 여러가지 생각들을 했었습니다. 나만 낳은 자식이고 누나는 주워왔든지 아버지가 몰래 데려온 자식 아닌가? 등의 여러가지 생각을 몇일 째 그 잔상에서 떨치고 나오질 않았죠. 헌데, 내가 더 사랑스럽다는 어머니의 말은 듣기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기분이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몇일 있다가 저를 불러 어머니가 하시는 말은..

" 누나한테 김장김치좀 가져다 주고와. 임신중이라서 누나것 까지 많이 담구었잖니 "
" 네. 알았어요. "

그리고는 저는 어머니가 담아놓은 김치통들을 누나에게 들려 전해주고 제 집으로 왔습니다. 어머니는 가까운 곳에 지금 혼자 살고 계시는데 워낙 같이 살자고 해도 강하게 만류하시고, 나중에 수족 못 가누실때 그때나 돌봐달라고 평소에 자주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누나는 시집을 간 후로 자주 왕래는 없으나 전화는 더 늘어난 편이구요.

그러던 중에 어머님 집에 들렸다가 식사를 하던중 김치가 오래전 김치만 있고 김장 새로담근 것을 꺼내 놓지 않아서 물어보았죠. 헌데, 어머니 왈..

" 너네 담아주고 니 누나네 주고 그러니 없어 "
" 뭐라구요? 그럼 어머니 먹을 거는 없단 말예요? 많이 담구었자나요 ? 우린 조금 가져갔는데.."
" 저번에 가져다 줄때 못봤어? 누나네 더 많이 줬어 "
" 그럼 어머니는 뭐 드실려구요? 나야 그때그때 혼자인걸 조금만 담궈먹어도되. 아직 건강하자나.."

이 말을 들으니 세상에 일전에 순전히 누나가 정이안간다는 말은 뻥인게로구나 하고 느낌이 들었죠. 그리고 우린 김장 조금주고 해서 사실 어머니는 누나를 더 좋아하나보다 생각했죠. 몇일후 난데없이 누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 00 야, 너 엄마속좀 그만 썩여. 너 또 누나한테 말 안하는거 있지? "
" 엥? 무슨 소리야 그런거 없고 엄마한테 잘 하고 있는데? "
" 웃기지마. 엄마가 어제 우리집에 놀러오셨다가 나한테 그러더라. 넌 정이 안간다고.."
" 그.. 그래? "

전 그 말을 들으니 어머니가 누나를 더 위하고 자식으로 정이 더 가는 구나 생각이 들었던 터에 지난 주말에 감기가 되게걸려 안부전화 못하고 누워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이틀째 전화가 없어서 일요일 저녁무렵에 전화를 하셨더군요. 아프다고 그래서 전화 못했다 하니까.. 조리 잘하라고 끊은 어머니. 저는 역시 나 아픈건 안중에도 없으셨던게야.. 라고 혼자 생각하고 누워 있었습니다.

" 딩동 딩동~ "
" 누구세요? "
" 나다. 아들 "
" 연락도 없이 왠일이세요? "
" 마.. 니 아프다메, 그래서 기운차리라고 닭한마리하고 인삼좀 사왔다. "
" 오면 오신다고 아까 말씀하시던가.. 놀래키시는 것도 아니고.."

그러더니 이내 주방으로 향하시는 어머니. 뚝딱 정성스런 삼계탕 한그릇을 만들어 내시더니.. 이거 묵고 벌떡 일어나라던 어머니. 그리고 잠시 앉아 계시지도 않고 편히 쉬라며 훌쩍 가시는 어머니. 그 뒷모습을 보고 야윈 모습을 보니 왜이렇게 가슴 한켠이 뭉클하던지.

맞습니다. 어머니는 누나도 나도 어느한쪽을 편외하지 않고 다 좋아하고 사랑하신 것입니다. 또 저한테는 누나는 정이안간다고 하면서 내가 더 좋다고 기분 맞춰 주시고, 누나한테는 누나가 최고하로 기분맞추어 주시고 하시면서 두 자식을 다 이뻐하신 것입니다. 김장 담글때도 임신때문이지만, 혹여 못온 누나를 제가 조금이라도 미워할까봐 기분을 맞춰준 것입니다. 이 생각 저생각, 어릴적 어머니의 모습들을 생각해 보니 잠시 잊었던 어머니의 자식사랑에 대한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삼계탕 한그릇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눈물을리던 나.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값진! 멋진 삼계탕 이였습니다. 그 덕인지 어머니의 자식사랑 덕인지 지금은 완쾌되어 건강합니다. 어머니가 오래 건강하게 사시길 진심으로 바라고 기대에 못미치게 효도 못드려도 이해해 주는 어머니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어머니 앞에서는 저는 한없는 철부지 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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