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살이 Zoom In/생활 | 경제

썩은 사과가 더욱 달콤하게 느껴지는 이유

반응형

삼일간의 짧은 민족의 명절인 설연휴가 오늘로서 마지막인데요. 여느해 보다도 돌아오는 설 귀경길은 덜 막힌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가족과 친지들을 마주하고 차례를 지내며 조상을 기리고, 다과를 즐기며 오손도손 정을 나누기에 그 명절이 더욱 따스하고 푸근하고 풍성하게 느껴지고, 돌아오는 길은 마음은 고향에 두며 그 발걸음에 그리움이 벌써부터 넘쳐나 쉽게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누구나 당연해 보입니다.

부모님 드릴 선물을 비롯해서 각종 먹거리 등을 준비해서 들고간 양손에는 돌아올때는 정성이 듬뿍 담긴 명절음식이 들려있는 무게 만큼이나 가슴묵직한 무언가 자리잡게 마련입니다. 여러분들 가족들과 설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저도 잘 보내고 그리움을 남긴채 잘 돌아와 정성껏 싸주신 음식들을 냉장고에 정리를 했습니다.

사과

식혜, 각종전, 과일 등등 음식들을 정리하던중 썩은 사과를 보면서 어머님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 생각이 다시금 나면서 가슴 한구석이 묵직한 감정으로 가득차 글로 옮겨봅니다.

" 창고방에 가서 사과 몇개만 꺼내와라, OO 아~ "
" 네 "


방으로가서 사과박스에서 사과를 꺼내오려고 보니 사과들이 한결같이 위의 사진속의 모습처럼 썩어 있는 겁니다.

" 어머니~! 사과가 다 조금씩 다 썩어 있네요? 확인 안하고 사셨나봐요? "
" 응, 그게 미리 사놔서 그래. "
" 미리요? 언제요? "
" 한 2주 되어가나봐, 시장갔다가 맘에드는 사과가 있길래.. "
" 그래요? 바로 사오시지.. 오래되니 썩었나봐요. 냉장고에 두지도 않으시고.. "
" 맛있어 보이는 사과를 보니 구정도 다가와서 너네들 생각이 나서.. "
" 아..... 네.... "
" 어찌나 맛있어 보이는지, 명절에 오면 먹고 싸보내려고 사놨는데... "
" 네... "
" 근데, 이렇게 쉬 상하지 않는데, 쉬 상해버렸네.. 그래도 도려내고 먹으면 괜찬아.. "


그렇게 사과를 먹으니 이내 마음속에 숙연해 지면서 순간 많은 생각들이 가슴을 훔쳐내더군요.
얼마나 맛있어 보이고 맘에 쏙 드렸길래 명절에 올 자식 생각에 미리 사다 놓으시고, 또 돌아오는 길에 바리바리 이 사과도 빼 놓지 않고 싸주시고, 식혜 끓이고 물김치를 포함해서 겉절이 김치 담그시고 이것저것 준비하면서 2일을 잠까지 설쳤다며 지나가는 말처럼 가볍게 말을하시면서 해맑게 웃어주는 어머니.

집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면서 다시금 생각이 나서 사과를 한개 먹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맛있게요.

너무 맛있고 달콤합니다. 미리부터 좋아보이는 맘에 드는 것을 준비해 놓으시는 그 마음을 읽고 다시금 썩은 사과를 바라보니 그 애잔함과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녹아내린 훈장같아 보였습니다. 그것을 음미하니 아삭 달달한 사과가 더욱 달콤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마음 씀씀이를 보면서 죽을 때까지 그 은혜 갚지 못한다는 옛어른들 말씀이 맞는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부모님의 이런 사랑과 정성 가득 담아 돌아오셨나요? 명절을 잘 보내고 돌아온 지금 '곁에 있어도 그립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