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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Zoom In/생활 | 경제

10년 된 녹슨 호떡 기계, "부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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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 전인 1998년.

돌이켜 보건데 그 해는 어느 때 보다도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참으로 힘들었던 때입니다.

1998년 가을 군대를 제대하고 이듬해 복학을 앞 두고 복무시절 급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와 어려워 진 가정사정이 무겁게 어깨를 누를 때인데요.

당시 200만원 상당의 등록금은 상당한 부담감으로 다가 올 수 밖에 없었고, 더욱이 IMF로 인해서 근근히 직장을 다니시던 어머니가 휴직을 하게 되고, 갓 제대한 저는 등록금이라도 벌어볼 요량이였으나 여의치 않더군요. 과외를 하기엔 아직 굳어버린 머리가 돌아가지 않고, 자리도 구하기 힘들었으며 IMF로 인해서 어려운 경제분위기상 직장을 얻기도 힘이 들었습니다.

호떡 기계
급한 마음에 복학하기 전까지 노점상이라도 해 볼 요량으로 '호떡'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공장이 여기저기 부도나고 문을 닫는 상황이지만, 노점상으로 무엇이라도 해 볼 요량으로 그래도 힘들지만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였죠.

해서, 호떡을 만드는 불판기계를 당시 10여만원을 주고 바로 구입을 해 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계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 한번 붙여 보지 못했습니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어려운 사정을 알고 지금의 분당신도시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전기배선을 하는 일을 함께 하자고 제의를 했고.

당시 하루 일당 6만원은 저에겐 가뭄의 단비보다도 더욱 반갑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이듬해 2월 복학할 때까지 모든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었고, 학업에 열 중할 수 있었는데요. 위의 사진은 오늘 어머님 집에 들렸다가 꺼낸 10년전 당시의 호떡기계 사진입니다. 제조년월이 98년 9월 2일 이네요. 9월에 제대하고 바로 구입한 것인데 감회가 새롭습니다.

먼지가 쌓인 이 기계를 다시 환불하지 않은 이유는 그 때의 어려운 심정을 잊지 않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꺼낸 이유는 어머니로부터의 전화통화로 인해서 입니다.

" 아들.. 그 호떡기계 필요한 사람 있는데 줘도 될까? "
" 누구요? "
" 엄마 친구 00 있자나. 아들 실직하고 남편 아프고, 아주 어렵나봐, 호떡 노점상이라도 한다고 해서.."
" 아, 그래요. 어쩌다가 그리 사정이 어렵게 됐나요.... 걱정이네요. 네, 드리세요. "
" 정말, 저거 너가 버리거나 남 주지 말라고 한 말이 생각나서.. "
" 괜찮아요. 이젠 저희 여유있게 되었고, 어려운 필요로 하는 분에게 가는 건데요. "
" 그래, 고맙다. "
" 그거 무거울 텐데,, 주말에 제가 내려다 드릴게요. 가지러 오라고 하세요. "
" 응, 그래. 그냥 줘도 정말 되지? "
" 네~~~ "
" 주말에 보자 아들. 일단 전화 그렇게 해 놓을께, 주말에 보자, 아들. "


그간 주변에서 싸게 팔라고도 했던 것을 당시를 생각하는 기념으로 앞으로 힘들 때 가끔씩 쳐다보면서 상기하려고 했던 호떡기계. 주 중에 위와 같은 통화를 어머님과 하고 오늘 오전에 어머님께 들려 기꺼이 꺼내어 아주머니께 드리고 오는 길입니다.

호떡 굽는 불판 기계
10년전 IMF시절 구입했던 호떡기계, 지금은 녹이 슨 채 당시의 어려움이 가슴 '찡'함으로 다가온다.

어머니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분이시라 어려서부터 자주 봐 온 분이신데도, 가져 가시면서도 얼굴에 힘든 사정으로 인해서 예전의 밝은 모습은 없어지고, 수심과 함께 미안함을 표현하시더군요. 기계를 꺼내어 먼지를 닦고, 주차장 바닥에 내려 놓고 사진으로 담아 보았습니다.

" 위에 녹슨 것은 살짝 긁어 내고, 기름 많이 붓고, 불 켜 놓고 기름 먹이면 잘 구워 질거에요. "
" 비싸게 주고 샀을 텐데, 고마워. "
" 고맙긴요. 저에게도 의미가 있는 것이긴 한데, 엄마 친구분이라 특별히 그냥 드리는 거에요. "
"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
" 괜찮아요. 이거 가져 가셔서 돈 많이 버셔서 '부자 되세요.' 꼭이요! "
" 그래, 고맙다. "


그렇게 차에 실려 보내고 나니 마음 한켠에서는 지난 날을 회고하게 되면서 당시의 '가슴시림' 이 한차례 횡하니 쓸고 지나가더군요. 지금은 좋아짐에 감사하는 계기도 되고, 잘 보관했다가 당시하고 비슷한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힘들어 하는 분에게 드리니 더욱 의미가 깊은것 같습니다.

경제, 요즘 많이 힘듭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굳은 각오로 꿋꿋하게 '희망' 버리지 않고 어려움에 처하신 분들 딛고 일어서길 기도합니다. 또한, 기계를 받으러 오신 근심으로 가득 차 어두운 얼굴에 예전의 환한 미소가 보이질 않아 안스러웠는데요. 부디 돈 많이 벌어서 다시 뵐 때는 환한 웃음 되 찾길 기도합니다. " 부자 되세요! 꼭 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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