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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Zoom In/PET | 반려동물

애완견 강아지 덕분에 때 아닌 시집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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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을 키우다가 보면 예쁜정만 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똑같이 미운정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쌓입니다.

미운정과 고운정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정이 쌓이면, 조금만 신경이 쓰이거나 안쓰러운 일이 발생하게 되면 애간장이 타 들어 갑니다. 그 만큼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 정이란 것은 무섭습니다. 특히나 인간에게는요.

이 강아지를 분양 받고서 목 주변으로 피부병이 한참 번져서 한달간을 동물병원을 다니면서 고생 끝에 치료를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같은 강아지를 애완견샾에서 네다섯마리를 더 분양 받고도 남을 돈을 동물병원 치료비로 한달간 고스란히 버렸습니다. 그래도, 심하게 부어오르고 털이 목주변으로 다 다 빠져서 죽을 줄만 알았던 강아지가 다시금 활력을 찾고 건강을 회복한 것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지금이 4년째 키우고 있는데요. 그 당시가 2년 갓 지났을 무렵이였습니다. 그간에 여기저기 오줌 싸고, 변을 보고 먹을 것이 조금이라도 방심하고 방치해 놓으면 식탁이고 밥상이고 책상위고 있는 힘껏 머리를 짜내어 올라가 다 먹어 버리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며 가르치고 정이 많이 들었나 봅니다. 다시금 건강을 찾은 것 만으로도 아주 감사를 했었습니다.

강아지가 아주 심했을 당시에 죽었다면 그간의 정에 일이주는 조금 착잡하고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을것 같았는데요. 그 후로도 2년여를 더 키우고 정이 들었으니 지금은 어디가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걱정부터 앞섭니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 만큼에 비유는 못 할지라도, 그와 비슷한 정과 사랑이 쌓였음은 분명합니다. 건강하게 오래 살면 10년도 넘게 산다는데, 앞으로 얼마나 곁에서 재롱을 부리면서 지켜줄지 벌써부터 가끔 생각이 날 때면 그날이 오지 않길 바랄 때도 있습니다.

애지중지 정을 붙이고 애완견을 기르는 분들은 대부분 그 정이 얼마나 좋으면서도 무서운 것인지 아시죠? 말썽부려도 맘속으로 아래와 같이 머리 쓰다듬으며 말하곤 넘어가 버립니다.

  " 아프지 말고 건강하기만 하거라. "


TV를 볼 때에 옆에와서 안기고 꼬리 흔들며 장난치고, 책상앞에 앉아서 조용히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그 옆의자에 냉큼 올라와서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잠들어 버리는 애완견. 항상 그렇게 주변에서 맴돌고, 외출 후에 돌아오면 반가워서 짖고 꼬리 흔들고 자기 장난감 물고 여기 저기 팔랑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도 너무 예쁩니다. 원래 시츄가 재롱이 많아서 시츄키우던 사람은 다른 품종을 못 키운다던데 그 말이 맞나 봅니다.


이렇게 귀엽게 조용히 혼자서도 놀고 안기기도 하고 재롱도 부리다가 요즘 무언가에 심술이 나도 아주 단단히 난 모양입니다. 마치 '불량소녀' 와 비교해도 흡사합니다. 부르면 가만히 빈정상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잠을 잘 때에도 이불 속으로 쏘옥 들어와 품안에서 자더니 요 몇일은 다리 밑쪽에서 뾰루퉁 하고 오질 않고, 이불 속에서 건들면 '으르렁~' 거리며 나지막하게 소리를 냅니다.

시츄는 다른 종과는 달리 유독 '식탐'이 강한 편입니다. 우리 애완견도 마찬가지 인데요. 타고난 식탐에다가 스트레스를 조금만 받을라 치면, 먹을것으로 풀어버리는 습성이 한층 더해져서 항상 개껌이나 기타 애완견 간식으로 한참 씹어 버릴 것을 준비해 놓습니다. 큼지막한 뼈다귀 모양의 개껌은 이놈의 보물인양 항상 이방을 가든, 저 방을 가든 입으로 물어다가 옆에 옮겨 놓습니다. 뺏는 시늉을 내기라도 할라치면 으르렁 대면서 대드는 모습도 앙징맞습니다.

헌데, 몇일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뾰루퉁하게 있던 이 강아지가 제가 관심을 조금 덜 가져 주었더니 처절하게 복수를 해대었습니다. 어디서 무엇을 주워 먹었는지 밥을 먹고서는 쇼파위에 이불위에 여기저기 대여섯군데 구토를 해 놓았습니다. 저녁에 책상에 앉아 있는데, 어디서 "왝~ 왝~" 하는 소리가 나서 돌아서 둘러보니 눈앞에는 장관이 펼쳐져 있더군요.


어제 간신히 쇼파천은 뱃겨서 세탁기 돌리고 널어 놓았고, 그 위와 바닥에 깔려 있던 깔개와 이불은 세탁기와 세탁바구니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이불빨래며 쇼파세탁까지 한꺼번에 때 아닌 빨래 시집살이가 잔뜩 늘어나 버렸습니다. 구토를 하고서 약을 먹이는데 몸을 벌벌 떠는 녀석을 보니 안쓰럽고 불쌍한데, 쌓인 빨래감을 보면 그저 한숨만 나옵니다.

하지만, 손님이나 가족들이 집에 놀러와서 이야기를 하다가 맞장구 치느라 제 어깨나 무릎을 칠라치면 저를 때리고 괴롭히는지 알고 냉큼 짖어대면서 방어모르도 들어가 제 앞에서 으르렁 대는 녀석의 모습이 머리에 떠올라 즐겁게 쏟아진 시집살이를 마무리 해야 겠습니다. 그저 건강하게 오래 곁에서 재롱떨며 정을 쌓아가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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