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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Zoom In/생각 | 메모

연탄으로 난방 때던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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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사람들의 입에서 연실 '아~ 춥다' 라고 무의식중에 나오기 마련인데요.

얼마전부터 낮에는 그나마 햇빛이 따스하게 내리 쬐어서 춥지가 않은데 반해, 해가 지고 저녁이 되면 어느덧 무의식 중에 팔장을 끼고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지금이야 리모콘의 버튼 하나만 누르면 난방은 걱정이 없습니다.

한여름에도 따스한 물을 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파트의 경우는 중앙난방인 경우 사시사철 수도꼭지를 틀기만 하면 뜨거운 물이 나오는데 시골이나 외곽변두리를 제외하고는 이제는 도시에서는 어디나 도시가스로 손쉬운 난방을 합니다.

기억속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제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기까지 80년 전후로 살았던 안산의 원곡동 일대의 아파트는 지금과는 달리 대한주택공사에서 지은 5층짜리 아파트로 다소 오래된 저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습니다. 한창 새롭게 12층으로 재개발을 통해서 개발이 이루어 지는 동네도 있는가 하면 제가 살던 집은 개발을 미룬 채 이사오기 전까지 그대로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가보면 고층 아파트촌으로 개발이라는 문명의 발전과정속에서 뒤바뀌어져 있어 살았던 동네도 찾아가려면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당시의 그 오래된 5층 아파트에는 난방을 기름도 아닌 연탄을 피워 따듯하게 겨울을 지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단독주택도 아닌데, 아파트에서 연탄으로 난방을 하도록 지어졌다는 사실이 상상이 가지 않을 것입니다.

방2개와 거실과 주방으로 이루어진, 그리고 작은 베란다가 앞뒤로 있었는데 15평형정도의 작은 소형아파트였습니다. 작은방의 난방은 올라가는 계단복도 대문옆에 바로 조그마하게 나무빗살로 만들어진 문 안쪽으로 연탄아궁이가 있었고, 안방과 거실은 주방한켠 구석에 연탄을 넣을 수 있도록 만들어 졌습니다. 연탄으로 불을 때려면 당연히 하루 두장이상이 들어가는 연탄을 겨울내내 사용하기 위해서 창고가 있어야 합니다. 아파트의 주방쪽 작은 베란다를 이웃주민을 포함해서 모두 지금처럼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다가올 무렵에 주문해서 쌓아 놓습니다.

온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작은 들통에다가 물을 담아서 올려 놓았다가 아침에 쓰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취사를 하기 위해서 석유를 넣고 심지를 태워서 쓰는 '곤로'를 주방에서 사용했었으니까요. 기름이 귀하던 시절에 당연히 씻기 위해서 곤로에 불을 붙여서 데운다는 것은 어림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당시에 오래 살았던 분들이면 기억을 하실 텐데요. 지금이야 쓰레기 종량제 봉투로 인해서 밖에다가 내놓거나 단지별로 지정한 장소에 버리게 되는데, 당시에는 아파트에 꼭대기층에서 아래로 연결되는 작은 통로가 있었습니다. 물론, 베란다의 한쪽 벽면에요. 작은 사각형 철문이 달려 있었고, 쓰레기나 연탄재는 그 통로에다가 버리면, 그대로 쭉~ 떨어져서 1층 밑의 반지하에 문이 달린 공간으로 모이게 됩니다.

쓰레기를 치우는 분들이 이렇게 모인 쓰레기를 삽을 이용해서 수거해 가는 모습을 종종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름이면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범벅이된 1층 밑 공간에서 나오는 악취와 파리 등의 해충 때문에 위생상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80년대 초까지 그 아파트에 살다가 이사를 오게 되었는데, 생각해 보면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20여년전의 우리네 일상 풍경입니다. 그러고 보면 그간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많은 생활의 편리함을 느끼게 됩니다. 원터치로 난방과 온수의 걱정으로부터 해방되고, 에어컨으로 부터는 무더운 여름으로부터의 돌파구를, 각종 청정기, 정수기 등등 당시에는 생각도 하지 못할 많은 편리함이 익숙해 졌습니다.

연탄으로 난방 때는 아파트. 지금은 아파트가 평면설계인데 반해서 연탄 아궁이 높이 때문에 주방은 거실보다 계단 두개 정도를 내려가는 높이로 낮게 설계가 되어져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재미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추워지면서 보일러를 가동하는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난방이 가동되는 편리함 속에서 문득 생각이 난 당시의 생활상인데도, 막상 지금 그러한 구조에서 살라고 한다면 못 살것은 없지만 많은 불편함을 느낄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당연한 것이였음에도 우리는 그간 급속도로 발전한 문명의 혜택속에서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 하에 불편함이 아닌 일상들을 기억 저편으로 너무 쉽게 흘려 보냈습니다.

반복되면서 다가올 미래에는 지금의 어떤 불편아닌 불편함을 기억 저편으로 보내게 될런지 사뭇 궁금해 집니다. 설마 걸어다니는 것조처 힘겨워 하진 않을런지 잠시 재미있는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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