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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Zoom In/생각 | 메모

17년전 일기장 속 공포의 학습계획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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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관련 프로그램쪽 일을 하다가 보니 해가 뜰 무렵에 잠깐 눈 붙이는 것이 습관이 된지 오래.

버그가 쉽게 잡히지 않는 복잡한 머리를 떠나 간단하게 한시간 정도 읽을 만한 책이 없을까 하면서 커피한잔을 무심코 손에 들고 책장 앞에서 기웃거렸습니다.

가끔 읽었던 책이나 공부하기 위해서 보았던 책이 꽂혀 있는 서재속 책장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곤 합니다. 차한잔의 여유를 가지면서 새벽에 책장 속에서 무심코 꺼내 든 것이 일기장입니다.

여러권 중에서 꺼내든 일기장은 날짜를 보니 1991년 고1때 부터 쓴 일기장입니다. 여러분들도 어릴적 혹은 학창시절 기록했던 일기장 하나쯤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쇼파에 앉아서 읽어보니 감회가 새롭고 맘도 편해지며, 지금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그 때는 큰 일로서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이 있었음을 보고서 살짝 미소를 띠어 보기도 합니다.

일기장

위의 이미지가 바로 17년전 일기장입니다. '제임스딘'의 이미지로 장식된 디자인 위에 손때로 낡은 일기장의 겉 표지가 그간의 세월을 말해줍니다. 일기장 표지는 유명한 시인들의 시나 좋은 글귀들과 간단한 삽화들로 흐릿하게 바탕 프린팅이 되어져 있습니다. 첫 장을 넘겨보니 당시 1991년 고1 무렵, 공부하면서 혹은 지나오면서 생각 속에서 정립된 간단한 짧은 생각들을 명언처럼 가끔가다가 낙서처럼 날짜와 함께 적어 놓은 것이 눈에 띄더군요.

일기장 속 명언

17년이 지난 지금에 다시 들여다 보니 고1때라고는 믿기지 않는 말들을 제가 적어 놓았음을 새삼 확인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맘에 드는 글귀를 위의 이미지에 담아 봅니다.

" 온갖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나는 나로써 존재한다. " - 92.10.21

아마도 본격적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92년도면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무렵인데, 고3을 앞두고 대학진학에 대한 학업과 빡빡한 수업과 보충수업, 자율학습, 성적 등의 꼬릿표로 인한 심리적 부담감에 역경으로 표현한 듯 합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다시 가보고 싶지 않은 학창시절 입니다. 공부에 대한 부담감과 성적유지 및 향상에 대한 스트레스가 끔찍했으니까요.

잠시 학창시절의 기억속 망각의 늪으로 빠져버린 추억들을 잠시 읽고서 마지막 장에 표지를 보니 아래와 같은 학습계획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학습계획표

위의 계획표는 1991년도이니 고1때 계획표입니다. 아침 5시 30분 기상에 새벽1시 취침. 서른이 훌쩍 넘긴 나이에 다시금 들여다 보니 끔찍하네요. 수업은 8시부터 보충수업으로 시작을 하고 집에와서도 취침전까지 대부분 공부로 짜여진 계획표입니다.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단히도 그렇게 공부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1때부터 대여섯시간의 모자란 잠 때문에 등하교길의 버스에서나 학원을 오가는 버스에서 매일 같이 꾸벅거리고 졸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방학중에도 별반 틀려보이진 않습니다. 오후에 잠시 여유를 즐기는 것 빼고는 거의 일상이 학원과 공부로 채워져 있습니다. 방학때는 영단어 어휘 및 숙어를 잡으려 화장실에도 정리한 단어장을 비취했던 기억도 생각납니다. 지금 아마도 저런 학습표 대로 다시금 돌아가서 한다면 고시패스도 걱정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유년의 학창시절에 세상에 대해서 알기전 부모님의 계획과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지나갔던 시절이였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아마도 지금 이 계획표대로 실천해 보라고 누군가 지시한다면 자신없습니다. 오히려 강압이 들어온다면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그 시절 일기장을 보니 추억이기에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또한, 이런 무서운 계획표를 다시금 상기하고 그 시절 일상의 반복을 생각해 보니 잠시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 받던 업무상 일은 아주 행복한 기쁨으로 다가 옵니다. 멋모르고 지나간 추억속 그 시절, 지나가 주어서 고맙다고 맘속으로 조용히 외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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