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살이 Zoom In/생활 | 경제

'뭉크' 보다 더욱 절망스런 예금 중도해지

반응형
어제 점심시간에 잠시 업무차 은행에 들렸습니다. 점심시간은 직장인들이 은행을 주로 이용하는 시간으로 행원들의 점심식사가 교대로 이루어지는 시간이라서 더욱 붐비기 마련인데요. 왠일인지 어제는 은행에 사람들이 별로 없더군요.

기분좋은 마음으로 번호표를 뽑고 대기쇼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던차에 한 예금창구에서 50 중반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다소 큰 목소리로 행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점점 목소리가 커지는가 싶더니 극기야 절규에 가까운 절절하고 애타는 목소리로 실랑이가 이어졌습니다.

사연인즉슨,

3000만원의 목돈을 2개로 나누어 1년 정기예금을 가입을 했었던 아주머니가 급하게 돈을 쓸 일이 생겨 중도해지를 하려고 찾아온듯 싶었습니다. 대화속에서 이 예금은 이율이 연 5%와 4%대로 예치를 했었는데, 중도해지를 하고 보니 이자기 연 1%도 안되게 나온것에 대한 절규와 절망과 은행을 향한 호통이였습니다.

은행 정기예금 해지

은행의 약관을 들이밀며 편을 들자면 아주머니가 '난리'를 피는 것이 되고, 일반 고객의 입장에서 중도해지시 터무니 없는 이율을 생각해 볼 때에는 아주머니에게 자연스럽게 한표를 던지게 되는데요.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있자니 어찌나 구구절절 옳은 말씀을 하던지 평소 생각하던것을 속시원히 큰 소리로 목소리를 높여 절망 섞인 호통을 치셨습니다.

" 내 돈 맡기고 해지했는데 준다는 이자 반도 안나오나? "
" 고객 이용해서 공짜로 돈 갈취하니 부자되어 좋겠네"
" 약관과 중도해지에 관해 나도 알지만 이건 너무한거야. 1%도 안되는게 말이 되나 "
" 해지하는 것은 미안하지만, 이럴거면 예금하지 말고 장농에 넣어두는게 낫다 "
" 이건 너무한거야, 날로 먹는 심보지 "
" 백화점에서 물건 환불해도 이런 대우는 없어. 반성해야되 "


조금 지나친 감이 있었지만, 연실 이어지는 아주머니의 호통과 질책과 절망이 섞인 말들에 담당 행원은 약관과 고객이 맡긴돈을 대출해주고 이자를 돌려주는데 중도해지를 하면 은행에도 손해가 미쳐 어쩔수 없다는 설명과 함께 연실 "죄송합니다"를 말하며 난감한 표정으로 주변의 눈치를 보더군요. 저와도 눈이 마주쳤는데 살포시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현행 은행의 예적금은 중도해지를 할 경우 기간별로 차이는 있지만, 받기로한 연이율에서 터무니 없는 금액을 받습니다. 예전에 5%로 넣어둔 정기예금을 가입하고 8개월만에 해지를 한적이 있었는데요. 천만원 기준으로 만기시 세전 50만원이지만 8개월만에 해지를 하니 채 10만원도 안되는 이자를 돌려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현행 은행들의 규정상 더욱이 1개월이 안된 것을 해지할 경우는 이자지급은 없었는데요. 

다음달인 6월부터는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과의 협의로 인해서 예적금을 1개월 이내에 중도해지를 하더라도 각 은행별로 연 0.1~1.0%의 금리를 기간에 맞추어 지급을 한다고 위와 같은 사례들과 고객들의 생각을 고려해 볼 때 그나마 다행입니다. 

뭉크 절규
한참을 그렇게 소란이 아닌 소란을 피우며 같은 고객입장에서 공감가는 이야기들을 때로는 큰 목소리로 호통치듯 때로는 절망 섞인 목소리로 하소연하듯 이야기하다가 돌아서서 발길을 돌리는 아줌마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순간,

인간관계에 관심을 가진 뭉크가 교류로 인해 절망에 빠진 사람의 모습을 아주 인상적으로 강렬하게 그려 세계적인 명화로 인정받고 있는 그림 '절규' 를 보는듯했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뭉크의 그림 '절규'는 절망에 빠진 인간의 절규의 외침과 표정, 그 메아리가 주변배경인 다리와 하늘까지 울려 퍼지며 휘감기고 그림을 보는이로 하여금 그림 밖으로 시선이 돌려져도 그 잔상과 반향이 남게 되는데요. 

돌아서며 머리가 아픈지 두손으로 이마 양쪽으로 손을 올리고 절망에 빠진 표정, 한바탕 소동으로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면서 뭉크의 그림 '절규' 속에서의 휘감기는 절규의 메아리보다 더욱 잔상이 오래갔습니다. 

급한일이 있어 예금을 중도해지한 그 아주머니. 

좋지 않은 일로 급전이 필요한 것이 아니길 기도하며, 은행들의 현실과 고객을 배려한 약관개선과 더불어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한 관행도 개선되어지길 기도합니다.

View ON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