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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Zoom In/생활 | 경제

남편이 남기고 간 60평 아파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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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좋지 않으니, 여기 저기서 좋지 않은 소식들이 전해 옵니다.

작년 2008년에는 신뢰적 문제와 잘 하지 못한다는 불만과 평가로의 목소리가 높았다면 아마도 올해는 모두가 살기 위해서 '꼭 잘 해내야 한다' 라는 말이 국민들로부터 우선적으로 튀어 나오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어 집니다.

작년 연말이 다가올 즈음 뉴스보도를 통해서 인천의 남동공단에는 문을 닫는 공장들이 속출하고 있으며, 빈 공장들이 많이 늘어난 데다가 사장이 야간에 공장자재를 정리하고 도주해 버렸다는 기사들을 접해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님의 친구분의 남편이 바로 이 남동공단에서 소규모로 공장을 운영하던 사장입니다.

일전에 들렸을 때 친했던 이 친구분이 집에 놀러 오셔서 어머니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놀러오신 친구분은 남편이 집만 덩그러니 남긴 채 어디서 밥은 먹고 있는지 걱정으로 눈물을 글썽 거리면서 한탄을 하시더군요.

" 남편이 회사부도 나기 전에 아파트 내 명의로 돌려 놓고 사라졌어.... "
" 저런,, 연락도 안돼? "
" 응, 업자들 들이닥치기 전에 이름 바꾸어 놓더니 일 터지면 상속포기 하라고 말했는데.. "
" 그래서? "
" 그래서는 뭘 그래서야, 지금 사는 60평 아파트가 전부지 뭐.. "
" 에고고,, 어쩌나. 그럼 생활비와 아이들은? "
" 내가 가사 도우미 다니면서 한달 100만원 정도 벌고 있어... "
" 그거 가지고 생활이 되나? 60평이면 관리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
" 관리비 30만원정도에다 생활요금하고 용돈 빼면 빠듯하지 뭐.. "
" 그럼 아파트를 정리하고 좀 작은데로 옮겨가.. "
" 남편이 언제 올지도 모르고, 또 마지막 일지도 모르는데,,, 막상 팔기도 그렇고.. "
" 그도 그렇겠다.. 이를 어쩌누.. "

대략 저런 이야기들이 어머니와 오가고, 저는 옆에서 듣고 말로만 위로를 해 드릴 수 밖에 없더군요. 부도가 나면서 월급도 밀린 채 제대로 돈을 받지도 못 했을 직원들도 걱정이지만, 평소에 그래도 어머니 친구분들 중에서는 여유있고 잘 산다고 평잔이 자자했던 터였는데, 부도와 생사를 알 수 없는 남편이 남기고간 60평의 아파트.

급박한 상황과 구석으로 내 몰린 지난 한해 동안 안간힘을 써가며 유지하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부도를 앞두고 자식과 부인을 위해서 마지막이 될런지 모를 아파트 한채를 남겨 놓고서 홀연히 사라져 버린 남편. 작고 크고를 떠나서 남겨진 집에서 남편에 대한 걱정과 그 자식들의 아버지를 향한 걱정은 해가 바뀌어 시간이 지날 수록 더 할 것입니다. " 또 마지막 일지도 모르는데... " 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아려 오더군요.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라는 마음으로 기다리자니 그동안 남편의 그늘에 가려 돈벌이를 하지 않았던 이 친구분에게 세상은 너무 힘들게만 다가 오는 것이 사실이고, 아파트 관리비와 생활비를 위해서 가사도우미를 다니면서 겨우 겨우 생활을 연명하고 있어 너무 안스럽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지비 많이 들어가는 60평 아파트가 무의미 해 보였는지 어머니가 한 말씀 건넸습니다.

" 먹고 사는게 중요하지, 나중에 돌아오게 되면 다 연락되고 시댁사람들과 연락되서 찾아 온다니까.. "
" 후딱 힘들게 그러지 말고 작은 평수로 정리하고, 자식들 신경 더 쓰고 강하게 자리 지켜야지.. "


" 돈이 문제가 아닌거라... "
" 이 아파트는 평생을 일궈 온 사업이 실패한 한 남자의 가족을 향한 마지막 자존심이야.. "
" 평생을 쉽고 편하게 덕을 본 아내가 이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 주고 싶어.. "
" 버틸 때 까지 자식 키우고 함 해보려고. "
" 알다시피 내 자존심에 가사도우미 못 나가는 거 알잖아. "
" 이제 내 자존심 보다도 마지막 남편의 자존심을 지켜 주고 싶어. "
" 그게, 남편이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60평 아파트의 의미야 "
" 당장이라도 처분하고 옮기면 편할테지만, 자존심 만은 지켜주고 싶어. "
" 나중에 돌아오게 되면 나도 할 말은 있어야 되잖아.. 아내로써............ "

부도가 나고 모든 것이 날아 갈 것을 알았던 남편이 마지막 까지 겉으로는 자세한 정황을 설명하지 않은 채, 홀연히 사라지면서 "어렵다, 그래서 잠시 쉬고 오겠다" 라고 말하면서 남기고간 아파트에는 평생을 함께 살아오고 의지하고 덕분의 노고에 편안한 삶을 영위한 아내와 남편의 서로 지켜주고 베풀고 싶은 '자존심'의 의미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숙연해 지더군요. 평소에 간간히 보던 어머니의 친구분의 모습과 성격을 보건데 '가사도우미'를 다니면서 생활을 연명하고 있다는 말이 개인적으로도 놀랄 일이였습니다. 그 속에는 힘들어진 경제와 부도난 회사, 그리고 한남자가 가족을 위해 남긴 60평 아파트, 자신의 자존심은 버리고 힘들게 '가사도우미'를 나가며 지켜주고 싶었던 남편의 빈자리 속의 '자존심'을 향한 아내의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없는 서민들에게는 단순하게 60평 아파트만 놓고 본다면, 이런 것이 사치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남편을 향한 힘겨운 싸움을 이겨내고 버티는 이 분에게 아낌 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힘들어도 함께 해야 좋을 텐데, 모든일 순탄하게 마무리 잘 되어 행복하게 다시금 모여 사는 날이 오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아내의 이 마음을 담아서 여기서 주저 앉지 않고 훗날 다시금 사업을 일으키는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덧1)
위의 글을 보고 '부도' 라고 해서 아파트를 재산은닉한 것이고, 직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한 채 내 몰린것으로 오해하신분들이 댓글로 '발끈' 하시는데요.

위의경우는 '파산'이 아닌 부도입니다. 정상적으로 공장 매각되어 자재비와 월급은 모두 급여된 상태입니다. 사업이 망하고 공장까지 매각되니 평생을 일궈온 사업을 접고 충격으로 남편분이 잠시 잠적한 상태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드립니다. 정확한 상황을 모른 채 성급한 일반화의 치부로 더이상의 막언이나 호도하는 댓글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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