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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Zoom In/영화 | 음악

속시원한 퓨전 장터국수 같은, 기방난동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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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여균동 감동이 2003년 '여섯개의 시선' 과 2005년 '비단구두'에 이어서 이번에는 배우들의 고정이미지를 제대로 말아서 퓨전 코미디 시대극이라는 이름하에 영화 ' 1724 기방난동사건 ' 을 내 놓았습니다.

영화 ' 1724 기방난동사건 ' 은 노론과 소론의 대립이 절정에 이룬 조선시대 경종 말기를 배경으로 당파의 부정부패의 이면에서 일어나는 '정의'와 '싸움' 그리고 '사랑'을 배경으로 코믹으로 보는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는데요.

순박하고 패기가 강한 천둥이 역에 이정재, 비열하고 느끼한 만득이 역에 김석훈, 평양 기생학교를 최우수로 졸업한 한양 중심에 있는 명월향 명기로 출연하는 설지 역의 김옥빈, 든든한 보좌를 하는 칠갑 역에 이원종. 이렇게 4인 4색이 이정재와 김석훈은 권력과 싸움을 소재로, 그 틈에서 명기 김옥빈이 자리 잡고 이정재를 보좌하게되는 든든한 이원종의 연기력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데요.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포스터1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포스터2


표제(카피)가 '하늘이 실신하고, 땅이 식겁할 조선 평정기!'인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의 감독 여균동은 등장하는 인물중 쌍두마차격인 이정재와 김석훈의 기존의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고, 제대로 망가트려 시원한 코믹이라는 육수에 제대로 말아버렸습니다. 고명으로 명기로 출연하는 김옥빈과 가벼운 육수에 씹을 거리로 든든하게 이원종을 얹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망가진 이정재의 친근함과 인간미

공존의 힛트를 친 드라마 '모래시계' 나 기타의 영화에서 보여주는 배우 이정재의 모습은 잘생기고 수려한 외모에서 풍기는 반듯하면서도 날이 선 각진 모습이였습니다.

즉, 관객들이 이번 영화 기방난동사건과 같은 코믹물에서 '가벼움'으로 대할 수 있는 이미지와는 그간의 모습이 다소 상반된 것들이 많았는데요.

감독 여균동은 이러한 이정재의 기존의 모습을 과감히 탈피시켰습니다. 또한 다소 오버하는 듯한 연기와 코믹에 맞는 행동과 몸짓으로 관중들을 웃음으로 몰아갑니다. 전형적인 코믹물에서 볼 수 있는 배우의 모습을 이정재가 소화해 내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 제대로 망가진 ' 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으며, 감독은 코믹이라는 이름에 퓨전이라는 시대극의 육수에 배우 이정재를 제대로 말아서 넣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간의 모습과는 달리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고, 연기적 깜짝 '변신'과 우직하면서도 익살을 살짝 겸비한 순박한 천둥이 역을 잘 소화해 내는 모습이 볼거리를 제공 합니다.

제대로 느끼하게 '버터' 바른 김석훈

배우 이정재가 그간의 각진 멋진 모습이 제대로 망가진 연기적 변신을 보여 주었다면, 김석훈도 그간에 영화 '북경반점'에서의 반듯한 범생과 같은 책임감 있는 모습이나, 그나마 영화 '마강호텔'에서 살짝 보여준 코믹성의 연기와는 상반된 모습으로의 변신을 보여 주었습니다.

바로, '버터'를 연상케 하는 '느끼함'을 내세워 사이코틱한 몽롱한 연기를 끔찍할 정도로 소화해 보여주었는데요. 의외로 이 모습이 강하게 박히면서 은근히 웃음을 유도해 냅니다. 이정재가 그간의 보여준 고정의 틀을 깨고 코믹영화에 흡수된 변신이라면, 김석훈은 한단계 더 나아가 그의 연기력의 '다양성의 면모'를 보여준 점이 크다 할 수 있습니다.

명기 김옥빈의 기억에 남는 명장면

배우 김옥빈씨는 다소 재미있는 컨셉인 기생으로 나옵니다. 코믹이지만, 중심을 지키고 내면적 갈등을 진지하게 보이는 장면에서 가벼움은 최소화 하면서 나름대로의 자리를 지켰는데요.

보여준 명장면이 하나 있으니 바로 한복을 입고서 춤을 추면서 바닥에 펼쳐진 화선지에 버선발에 뭍은 먹물을 발자욱마다 흩날리듯 자취를 남기며 그려내는 한폭의 그림.

예전의 선비들이 풍류를 즐길 때, 명기들과 오고가는 대화들과 그 감각이 그대로 머리속 생각을 스치게 만들며, 소름돋을 정도로 눈앞에서 현란하게 펼쳐졌습니다. 또한, 영화 속에서 나오는 벽화라든가 그림, 배경들도 눈여겨 볼 만 한데요. 아름다운 한국의 정서를 소품에서 흠뻑 느낄수 있습니다.

보좌관 이원종의 꽉 채운 든든함

영화에는 무수히 많은 배우들이 출연하는데요. 당당한 주연은 아니더라도 그 든든한 자리를 지켜주는 배우를 뽑는다면 특색에 있어서 '이원종' 씨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영화 '달마야 놀자'에서 보여주는 능청스런 표정속의 진지함과 몸집에서 풍기는 풍만함이 무게감을 더하면서 스크린에서 그 비중을 꽉 채우고 연기면에서도 뒤쳐지지 않는 그만의 색깔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만약에 이원종씨가 맡은 배역 '칠갑' 역에 다른 조연이 등장했다면 영화가 현재의 모습에서 보여지는 관객들에게는 상당한 '괴리'를 가져 왔을 것이란 생각을 해 봅니다. 그저 등장해서 자리를 지켜 주는 것만으로도 그 빛이 발하는 배우 이원종씨의 매력이 한지리 차지했던 부분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영화 기방난동사건 속 앙드레의상 영화 기방난동사건 속 코믹장면들


한편,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 에서 나오는 의상들도 재미있습니다. 패션으로 유명한 '앙드레김' 선생의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볼만한 장면들을 선사해 줍니다. 위의 스크린샷에서 좌측의 이미지가 영화속에서 등장한 앙드레김 선생의 작품으로 보이는데요. 극중 만득이와 설지가 서로 혼인을 하는 장면에서 화려하게 등장합니다. 오른쪽 사진에서 보듯이 완벽하게 치장하지 않은 어설픈 여장의 남정래가 함께 뛰는 장면에서의 홍일점 아닌 홍일점은 화면에서 자체가 웃음을 유도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간간히 계속해서 등장하는 화려한 음향과 익살스런 효과음도 귀를 즐거게 합니다.

또한, 영화속에서 유독 잠깐씩 등장하는 까메오들의 활약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잘못 찾아온 주막의 설지가 나간 빈자리를 메꾼 홍재역으로 나온 유지연씨의 팔랑대는 코믹함. 욕쟁이 할머니로 등장하여 구수하고 걸지게 인정사정없이 퍼붓는 정겨운 욕설과 말투 그리고 인상이 남은 노익장 배우 남정희. 동성애 커밍아웃으로 시련을 딛고 일어선 홍석천씨의 까메오 출연. 불량감자로 유명했던 김수남 등등의 인물들이 맛깔스런 조미료 역할을 하면서 영화에 등장하여 웃음을 선사해 주는데요.

그 중에서도 단연코 초반과 후반부의 잠깐을 빼고는 내내 실신한 상태로 코믹한 표정으로 '실신한 연기의 달인' 이라는 꼬릿말이 어설프지 않게 등장했던 감독 여균동이 보여준 배역 '짝귀' 입니다. 잠깐 잠깐 실신한 표정으로 웃음을 유도하는데 볼만 하더군요. 무엇인가 철학적, 혹은 스토리적 기대를 하고 간다면 악평이 쏟아질 수는 있습니다. 퓨전이라는 코믹물로서의 시대물인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는' 차원에서의 접근은 한없이 가벼운 웃음의 세계로 접근하기에 충분한 영화 입니다. 단순한 국수의 시골스러움이 아닌 '퓨전' 이라는 이름하에 제대로 배우들을 말아 넣고, 맛깔스런 고명을 얹은 속시원한 퓨전이 붙은 장터국수의 새로운 맛을 코믹으로 담아낸 영화이자 감독 여균동의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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