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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Zoom In/생활 | 경제

누나가 가져다 준 김치, 마음이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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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알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 순간에 시간이 지나고 훌쩍 성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는것, 소중한 것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일명, '철이 들었다' 라는 말로도 부분적으로는 설명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몇 일전 누나가 집을 다녀 갔습니다. 결혼하고 벌써 3년차 주부입니다. 조카들도 이제 걸어다니고 아주 예쁘게 잘 크고 있는데요. 누나도 오랜만에 볼겸, 재롱둥이 조카들도 볼겸 청소를 대충 해 놓고 마중 나갔습니다. 등에 아기를 업고 양손에는 무겁게 짐을 지고 걸어오는 누나를 보면서 짐을 건네 받았습니다.

무엇인지 물어보니 저 주려고 바리 바리 싸서 들고온 김치랍니다. 뭐가 그렇게 많냐고 물으니 올 때 가져오면 두고 잘 먹을텐데 이것 저것 좀 싸가지고 왔답니다. 그 말에 조용히 할 말을 잃습니다. 아기 키우기도 힘들고 조카 녀석들이 어찌나 발발 거리는지 돌보기도 진이 빠질텐데 저까지 신경 써주는것을 보면 괜히 미안해 집니다.


저녁에 누나가 바리 바리 챙겨 온 김치로 밥을 먹었습니다. 마중 갔다가 잠깐 들고오는데에도 남자인 저도 힘이 들던데, 먼길을 아이 업고서 힘들게 들고 왔을 누나를 생각하니 마음 한켠이 미안해 집니다. 매형이 집에 있었으면 차를 타고 같이 왔을 터인데, 지방 출장을 간 관계로 잠시 시간을 내어 동생을 챙겨 준다고 맘 먹고 들린 듯 해보였습니다.


누나가 가져온 김치만도 4가지 종류가 되더군요. 이틀 전부터 틈틈히 시간을 내어서 담갔다고 하더군요. 배추김치, 얼갈이 김치, 총각김치, 고들빼기 김치 이렇게 위의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아주 맛깔스럽게 하나 하나 먹어보니 이제 프로 주부 다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누나라는 이유만으로 동생들에게 받기 보다는 배풀고 돌봐주고 걱정해 주는것이 어머니 못지 않게 항상 신경을 써 주었습니다.

김치를 가져다 주면서 사과와 키위, 그리고 양말과 속옷, 올 겨울 춥다고 내복도 두벌 사가지고 온 누나.

이것 저것 동생 생각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어머니 마음과도 흡사합니다. 하나뿐인 누나에게 평소에도 잘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삶이란 무게에 눌려 이리저리 바쁘게 치이다 보면 막상 생각처럼 시간을 내어서 잘 해주지 못하고 좀처럼 들리지도 못하게 됩니다. 사람은 다 같은 사람 일진데, 누나는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고 이것 저것 미리 생각하여 준비하고 그 속마음을 동생집에 한보따리 풀어 놓고 갔습니다.

조카 낳고서 살림하면서 돌보기가 많이 힘들었는지, 아님 조카녀석이 너무 개구쟁이라서 눈 뗄 틈없이 시달렸는지 거실 불 빛 아래에는 눈 및 흐릿하게 낀 다크써클과 야윈얼굴, 이야기 하면서 놀다가 가는 뒷모습에서는 건강해 보이던 몸매가 호려진 것을 발견 하였습니다.

" 아기 보기 많이 힘드나? 많이 야위었네? "
" 으응, 아기가 아주 극성이야 살림하면서 키우려면 다 그렇지뭐. "
" 매형하고 사이는 좋지? "
" 지방 출장 갔다가 모레 와. 안 그랬으면 못왔지.. 사이는 좋아. 잘해주고. "
" 그래야지. 다행이네, 담부턴 무겁게 이렇게 바리바리 가지고 오지마. 내 맘이 더 무거워져. "
" 누나 아직 한창 젊은데 뭔 상관이노.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거니까 그냥 맛있게 먹으면되. "
" 나야 고맙지. 미안하기도 하고. "

" 야야, 아서라. 너 끼니나 잘 챙겨 먹어. 나중에 못 챙겨 먹으면 병난다. 글고 엄마한테 잘해. "
" 응, 알았어 누나. 몸관리 잘하고 건강 잘 챙겨 누나도. "
" 그래, 고맙다 호호호.. "


동생이 혼자서 밥 잘 챙겨먹지 않을 까봐 김치를 종류별로 바리바리 해 온 누나. 자신은 상관말라며 엄마에게 잘 하라고 하는 마지막 말이 저녁을 먹는 동안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더군요.

값비싸고 호화로운 선물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정성과 마음이 흠뻑 배어나오는 이러한 작은 것들에서 감동은 백만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또 한번 울컥해 지네요. 김치도 맛깔스럽게 잘 담근것이 이제 완전한 살림꾼 프로 아줌마가 되어가는 누나의 뒷 모습에서 왠지모를 아림이 밀려옵니다. 생각한 만큼, 받은 만큼 잘 해주지 못한 미안함에서 일겁니다. 이런 감정들에 세상은 아름다운 향기가 아직 남아있음도 느껴 봅니다. 항상 건강하고 그 밝은 웃음과 미소 잃지 않고 아이들 잘 커주길 내심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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